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달마의 푸른 숲

사람들이 힘든 땀방울을 튕기며,거치른 밭을 일구는
괴로움은 언제나 허공으로 문을 활짝 열어놓은 듯한
순간에 휩쓸려 속절없는 세월로 잠기곤 하였다
숨막히는 무료함 속에 이따금 신(神)들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먼 서(西)쪽으로 부터 정처없는 나그네가 아무 것도 지니지않고
낯선 나라에 도착하는 순간,간직한 비밀을 털어놓아야 하는
아찔함에서 그는 굵게 얽혀있는 인동 덩굴의 향기를 닮아 있었다
그의 고향과는 또 다른 짙푸른 풍경이 풍요로운 무지(無知)의
나래를 펄럭이며 눈 앞에 열릴 때, 그는 언제나 처럼 두려움이
전혀 없는 어린 날의 기억을 불러내어 고통스러워 하는 해 질
무렵의 기우뚱하는 하늘을 스스럼 없이 한입에 삼켜 버렸다

거기엔 늘 그렇듯이 맑고 깨끗한 무감각이 구름처럼 흘렀다
꿈의 헛됨을 알았다 해서 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듯이,
구(九)년간 벽(壁)만을 바라보는 수고로움은 이미 그의 것이 아닌 채로
애매한 전설을 만들어갔고,숙인(宿因)에 헤매이던 사람들은
숭산(崇山) 가득 피어 오르는 벽관(壁觀)의 응주(凝住)에 그저 의아해
덩달아 말을 잃었다

세상이야 알던지 모르던지, 그의 짙은 수염 같은 도약의 그림자만
기다란 침묵으로 심심하게 해탈하였다
그저 하늘에는 해 뜨고 달 지고, 푸른 숲의 산은 깊고
물은 차게 흐를 뿐이었다

먼 훗날,
그가 바라보던 벽(壁)의 한모서리에 누군가 자기가 좋아하는
풍경을 마주하고 썼다는 다음과 같은 짤막한 글귀가 있다
- 이제는 우리, 따뜻한 말을 해야겠지
가슴 시리게 차오른 그의 불면을 머리에 이고
눈부신 아름다운 아침을 눈물로 맞이 하면서
신음으로 자라난 그의 덥수룩한 수염을
말끔히 깎아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