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순간들

스키장이나 해수욕장 가는 도중
차안에서 몸살 앓다가
목적지 표지판을 발결할 때
책상 정리하고 있는데
기억에도 없는 만원짜리가
책갈피에서 떨어질 때
정말 지겨운 과목 선생님이
갑작스레 외출하여
반장이 『오늘 자습이야』할 때
꼭 보고 싶은 프로를 못봤는데
흥미없는 스포츠 중계시간에
우천관계로 그 프로를 재방송 해줄 때
학교에서 삼천 원 내라는 영수증 받아
앞에 2자를 그려넣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엄마에게 보여드렸는데
아무 의심없이 그 돈을 주셨을 때
친구가 자기 여자 선 좀 봐달래서 나갔는데
여자친구의 친구도 내 친구를 보러 나와
재미있게 놀다 들어왔을 때
약속장소에 삼사십 분 정도 늦게 나가 죽었구나 했는데
약속한 아이가 나보다 이삼 분 늦게 나와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저녁을 사줄 때
택시비가 삼천 원이 나와 오천 원을 드리고
거스름돈을 받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칠천 원이었을 때
주점에서 술 마시고 있는데
옆사람들과 죽이 맞아 합석해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노래 부르고
그 사람들이 2차 가자며 우리 술값까지 계산해 주었을 때
이삼만 원 정도를 어디다 썼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는데
며칠 후 친구가 잘 썼다며 갚아주었을 때
누군가 나도 모르고 있던 점을
넌 이런 점이 참 좋아 해줬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