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달에 대한 의혹

달아, 달아,
내일 모레면
네 살 다 닳아 없어질 달아
허공 깊은 곳에 묻혀
흰 뼈만 남아
네 존재조차 기억 할 수 없을
달아, 사랑한다고
같이 살자고 말해 놓고
아침만 되면 마음 바꿔
제 집 찾아가는 달아
초생달로부터 반달로부터
보름달에 이르기까지
꼬리 아홉 달린 여우처럼
시시때때로 변신해가며
혼을, 넋을 홀리며 가는 달아
내가 가진 그 많은 것
눈빛이라든가 손길이라든가
몸짓이라든가
다 빼앗아 가고
나마저 훔쳐가버린 달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오늘은 어인 일로
얼굴 한 번 볼 수가 없구나
나는 너에게
쓸모없이 버려진 껍데기이므로
달아, 이제 몸 바꾸지 말아라
어제 본 돛단배 초승달 같아라
날 맑다고
때 지났다고
네몸 둥글게 부풀리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