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목요일

춘향이의 푸념

춘향이의 푸념


그리 쉽사리 옹이지는 성마른 결인가

′당신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한 방울 이슬 눈 내밀었을 뿐인데

그대는 고샅길로 돌아서고 있다
어찌 속마음도 그러랴 마는

푸는 듯 당기는 줄다리기인데

신청도 않고 앵돌아앉으니

하늘도 애통터지는지 매지구름 깔고 있다
하기야 사랑이란 바람기이리니

올바람이라면 구듭치고 기다리지 못하랴
그래 이녁이야 그렇다 치자

해찰할 수 없는 이 몸은 그래도

볼가심 꿈조차 꿀 수 없으니
아소 님아

묵새기기 그리 힘드는가

떠나려면 보내드리려니

뒤설레는 바람처럼

내 치마 들쑤시지나 말아다오
이녁도 옹두리 맺히길 바라지 않으니

이왕이면 거스러미 일지 않도록

버글거리는 이 마음 다독거리고 싶다
눈 뜨면 다 그러한가

스멀거리는 그대 그림자 어둠처럼 기어들고

주룩비 내리려는가

오늘밤 따라 별스러이

소갈머리 없는 가슴만 바삭거리고 있다
그래도 접지 못한 미련은

부지런한 물방아는 얼 새 없다며

덩어리지는 바튼 숨길을 녹여내고 있다
맞아

빗장은 걸어두지 않으려니

더듬질이라도 여느 때처럼 찾아주시길

올올이 일어선 그리움은

촛불 심지처럼 고개 내밀고

제 몸뚱이 사르고 있다
어차피 잠들기는 틀렸나 보다

자정 넘은지 한참 오래인데……


(후기)
- 옹이지다

(마음에) 응어리가 생기다

문정도 개떡보다는 젬병이 낫다는 생각에 옹이졌던 심사를 풀고
(이문구, ′산너머 남촌′)
글의 『문정(問情)』은 『사정을 물음』
- 성마르다

참을성이 없이 성질이 급하다

더욱 어리석은 일은 영감장이 성마른 족제비의 집을 까닭이 닿지 않게 들추어 놓은 것이다. 족제비는 간밤에 제가 한 농간이 있으면 그날 새벽에는 디펑영감장이의 작시밋대가 제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아무 소리도 못하고 참는다
(백석, ′닭을 채인 이야기′)

- 결

나뭇결·돌결 들처럼 굳고 무른 조직의 부분이 모여 이룬 바탕

숨결·물결 들처럼 높낮은 층이 섞여 이룬 모양
- 신청(호남 사투리)

들은 체
시척(충청 사투리)

암만 해도 신청을 안 허요
(= 아무리 해도 들을 체를 안 해요)
그녀는 내 말에는 시척도 않고 신들신들 웃기만 했다
(이문구, ′관촌수필 3′)
- 고샅

마을의 좁은 골목길

학도들이 숙도따라 한패 한패 향교 고샅으로 올라가니, 그 뒤에는 운동을 관람할려는 시민들의 무리가 흰 새의 때처럼 몰리어 꼬리를 물고 줄을 만들어 뒤따라 섰다
(김남천, ′대하′)
- 애통터지다

애터지다

˝오늘은 좀 해보고 고만 두겠어유.˝ 영식이는 가까스로 한 마디 하였다. 그리고 무턱대고 빌었다. 마름은 들은 척도 안하고 가버린다. 그 뒷모양을 영식이는 멀거니 배웅하였다. 그러나 콩밭 낯짝을 들여다보니 무던히 애통터진다. 멀쩡한 밭에가 구멍이 풍풍 뚫렸다
(김유정, ′금따는 콩밭′)
- 매지구름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구름

유가 매지구름으로 으등그러진 하늘자락을 보며 중정뜨는 소리를 하자 변이 들던 잔을 놓고 일어섰다
(이문구, ′우리 동네 姜氏)
글의 『중정뜨다』는 『넌지시 수단을 써서 남의 속마음을 알아보다』 『지기뜨다』
- 올바람

젊었을 때의 바람기
『올』은 여느 품종보다 일찍 자라거나 일찍 익음을 나타내는 접두어

이녁도 이자는 속 좁 차리소. 한 분 디었으믄 그만이지 두 분 다시 그런 마음 묵을라. 올바람은 잡아도 늦바람은 못잡는디 캅디다마는 우리 내외가 묵으믄 얼매나 묵고 쓰문 얼매나 쓰겄소. 나도 과도히 했는지 모르겄소마는 다 살자고 허는 일인데
(박경리, ′토지′)
- 구듭치다

귀찮고 힘든 남의 일을 뒤치다꺼리를 하다

나는 변사또 밑에서 맨날 구듭치기나 했던 하루 90원짜리 햇내기 잡부였다
(이문구, ′변사또의 약력′)
- 이녁
′하오′ 상대를 조금 거리를 두어 부를 때 쓰는 말
부부 사이에 상대를 조금 가볍게 부르는 말
그러나 자기 자신도 『이녁』이라 부르기도 한다. 위 글의 다음에 나오는 표현이나 아래 용례가 그 예이다

어째 걱정이 안 되는가. 이녁도 생각해 보란 말이지
(이기영, ′고향′)
이녁은 회관앞에다 남대문표를 걸어놓니께 누가 짝 채워주기 바래구 걸오논 줄 아는디, 그건 아녀
(이문구, ′우리 동네 黃氏′)
- 해찰하다

사려는 마음 없이 물건을 이것저것 집적이다
해야할 일에는 정신을 두지 아니하고 쓸데없는 짓을 함

˝싫어 나도 갈래.˝ ˝얘가 또 어째 이럴까? 얼른 다녀 온대두.˝ 그래도 더벅머리 여섯 살은 못 떨어진다. 엄마가 나가는 걸 숨어 보다간, 살금살금 골목을 돌아 뒤따라 간다. 엄마가 저만치 보이면 이제는 마음 놓고 해찰도 하며 따라 간다. 돌멩이도 톡톡 차 보고, 풀잎도 뜯어서 물어도 보고
(정진권, ′어린 시절′)
- 볼가심

적은 음식으로 시장기나 면하는 일

고래등같이 큰 기와집도 있고 달팽이집같이 작은 초가집도 있고 금의 옥식을 주체 못하는 부잣집도 있고 새앙쥐 볼가심할 쌀 한 톨 없는 가난뱅이집도 있는데 대체 한 돌구멍 속에도 그렇게 고르지 못한 세상이라
(이인직, ′치악산′)
- 묵새기다

별로 하는 일 없이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날을 보내다
매우 오래 되다

봉득이는 어려서부터 한자리에 묵새기를 싫어하였고 무슨 일에내 선수를 써야만 직성이 풀릴 정도로 냅뜰성이 강했다
(이문구, ′산너머 남촌′)
춘호는 자기 집 - 올 봄에 오 원을 주고 사서 든 묵새긴 집 - 방 문턱에 걸터앉아서 바른 주먹으로 턱을 괴고는 봉당에서 저녁으로 때울 감자를 씻고 있는 아내를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
(김유정, ′소나기′)
- 뒤설레다

몹시 설레다

밤, 깊은 밤
바람이 뒤설레며
문풍지가 운다
방, 텅빈 방에는
등잔불의 기름 조는 소리뿐
(심훈, ′영원한 미소′)
- 옹두리

나뭇가지가 병이 들거나 벌레가 파서 결이 맺혀 혹처럼 불퉁해진 것
그러나 『용두리』가 사람의 심성과 관련하여 『결기(발끈 성을 내거나 와락 행동하는 성미)있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하다
나무에 난 작은 옹두리는 『옹두라지』라고 한다

워느 집이서 저런 옹두리 승질에 비우를 맞춰 받자허겄어……
(이문구, ′명천유사′)
파도로 오라
한밤중 장기곶 대보 앞바다
여기 옹두라지
파도소리로 오라
(고은, ′장기곶에서′)
- 거스러미

나무의 결이 일어나 가시처럼 된 것
- 바트다

밭다
(액체가) 졸아서 말라붙다
(살이) 말라붙다

어린것이 오랜 백일해로 가시같이 살이 밭고, 얼굴은 양초 빛이다. 그런 것이 입술만 유표하고 새까맣게 탔다. 폐염이 덧들였던 것이다
(채만식, ′탁류′)
- 더듬질

자꾸 더듬는 짓

˝꼴값 상승하네. 이 손 치워. 그 더러운 손으로 어딜 만져.˝ 그녀는 매몰스런 몸짓으로 더듬질을 뿌리치는 것 같았다
(이문구, ′엉겅퀴 잎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