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4일 일요일

마음의 경계 -천양희-

새들이 또 날아오른다 더 멀리 더 높이
날개 몇 장 더 얹어 하늘로 간다 구름만큼
가벼운 것이 여기 또 있다
바람이 먼저 하늘을 스쳐간다
하늘이 땅을 한 번 내려다본다
땅에는 수많은 길들이 있다 땅은
같은데 길은 여려 갈래 길을
찾지 않고는 어떤 생도 없다
길 끝에 산이 있고 산 끝에 하늘이 있다
내 눈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하늘자리가
텅 비었다 하늘이 비였다고 공터일까
아니다 허공에는 경계가 없다 날마다
경계하며 경계짓는 사람들 사람들 사이에
경계가 있다 경계 없는 하늘이 나는 좋다
허공에 새들을 풀어놓는 하는 새들이
길을 바꾸다 돌아 나온다 하늘이 한 울이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나는 몇 번 구름을 잡았다
놓는다 가벼운 것들이 나를 깨운다
허공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맘속 경계선이 지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