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화요일

딸랑딸랑-사 · 랑 · 해 9

* 사·랑·해 9

딸 / 종소리 김대우

그의 보석 같은 딸은
더 살고 싶다고 애원을 했지
백혈병의 마법에 그는 더 이상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는
무능한 슬픈 아버지였지

딸은 하얀 겨울에 태워났지
그래서 겨울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했지 애원했지
그는 병원 유리창에 흰 솜으로
보드라운 눈송이를 점점이 붙였지
가짜 눈송이는 진짜 겨울이 됐지

밖에는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인데

보석 같은 딸은
펄펄 눈 오는 겨울을 보며
소망을 이룬 듯 무지개를 보는 듯
행복의 미소로 영원히
아주 영원히 눈을 감았지

잔인한 악마는 인정사정없이 불쌍히
아직 파릇한 어린 소녀의 심장을 떼어갔지
보석 같은 딸은 악마의 계곡으로 끌려가고

그는 올빼미가 되어 밤마다 미쳤지

계절은 늘 말하지 우쭐대지
가을은 상실보다는
풍요로운 황금계절이라고
그래서 더 슬펐고 더 아팠지

새벽이슬을 먹는 소녀가 있었지
신문배달을 하는 착한 소녀였지
어느 날 그는
보석 같은 딸을 닮은 코가 오똑 선
새벽이슬을 먹는 소녀를 만났지

그는 생각에 생각을 했지
날마다 새벽이슬을 먹는 소녀처럼
이쁜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날마다 생각에 생각을 해왔었지

그가 더 이상 외로워서 슬퍼서
밤마다 미치지 않도록 말이지

‘ 넌
아버지가 없고 난 딸이 없잖아

배부른 부자는 아니지만
친딸처럼 행복처럼 보석처럼
너를 사랑하는 좋은 아버지가 될게
어서 아버지라고 불러봐
뭘 망설이니? 자 어서 ’

‘ ........................
- 아 · 버 · 지 - ’

사·랑·해
사·랑·해

내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