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노라
사랑했노라 하면서도
우리가 이승에서 사는 동안엔
풀잎 같은 쪽배 하나도 띄울 수 없는
긴 강둑에 마주 서서
물 속에 비추이다 흩어지는 모습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이 세상 다 살아 흙이 되었을 때
그 흙 알갱이 먼지로 날다가
날다가날다가 날-다-가---
어느 한적한 숲길이거나
노을 빛 곱게 물든 바닷가이거나
망초꽃 흐드러진 하얀 들판이거나
스치는 바람 같은 연緣이라도 있어
우연히, 아주 우연히 라도 만날 수 있다면
티끌일지언정
얼싸안은 무게로 내려앉아서
진정 사랑하노라 말 할 수 있는
그런 날 있겠지요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