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보가 붙고
전단지가 날리고
광목천이 울긋불긋 날리면
무엇이든 손에 집히는 대로 던졌다
광복이라는 이름으로 칼을
평화라는 이름으로 총을
민주라는 이름으로
바위를, 돌을 깨뜨려 던졌다
게다가 통일이라는 이름으로
쌀을, 비료를 던졌다
더 이상 가진 것이 없어서
던질 기력도 없어서
늙어 누워있는 나라의 당신 등짝에
상처가 예리하다
이제 곧 위기처럼
마지막 잎새가 지고
얼음의 계절이 들이닥치면
마침내 육신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病과 싸워야 할 것인데
하루를 넘어가는 삶이 가파르다
당신이 가진 살과 뼈와 피를
손에 들고 그렇게 힘껏 던졌으니
내가 여태 숨쉬며 살았던 것 아닌가
그러니 목숨 이어 받은 내가
몸 가르고 던지겠다
상흔 같은 껍데기만 남겨 놓고
배 고픈 저들에게
한 끼 식량으로 나를 던져
세상의 病과 싸워 이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