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투병鬪病

벽보가 붙고
전단지가 날리고
광목천이 울긋불긋 날리면
무엇이든 손에 집히는 대로 던졌다
광복이라는 이름으로 칼을
평화라는 이름으로 총을
민주라는 이름으로
바위를, 돌을 깨뜨려 던졌다
게다가 통일이라는 이름으로
쌀을, 비료를 던졌다
더 이상 가진 것이 없어서
던질 기력도 없어서
늙어 누워있는 나라의 당신 등짝에
상처가 예리하다
이제 곧 위기처럼
마지막 잎새가 지고
얼음의 계절이 들이닥치면
마침내 육신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病과 싸워야 할 것인데
하루를 넘어가는 삶이 가파르다
당신이 가진 살과 뼈와 피를
손에 들고 그렇게 힘껏 던졌으니
내가 여태 숨쉬며 살았던 것 아닌가
그러니 목숨 이어 받은 내가
몸 가르고 던지겠다
상흔 같은 껍데기만 남겨 놓고
배 고픈 저들에게
한 끼 식량으로 나를 던져
세상의 病과 싸워 이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