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6일 월요일

엉겅퀴를 그리는 여자

금호동 산 1번지
계단 많은 동네 꼭대기에 누워
달을 품고 살았다는 그 여자
소녀의 목에 보자기 두르고
만화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저 지하 바닥 아래까지
비행하는 꿈 즐겨 꾸었다는
그 여자 가슴에
가시가 셀 수 없이 박혀 있어
엉겅퀴를 그린다
삶의 뿌리로부터 치밀고 올라온
잎이 칼날이다
스치기만 해도 선혈이 낭자하겠다
게다가 머리카락에 불이 붙어
터질듯한 눈빛이라니
들판에 지천으로 흔한 꽃에서
독생자 구세주 낳은
성모를 찾고 있을 줄이야
자궁속 가득
자주색 생명을 잉태하고 싶다는
그 여자 집으로 가는 길목에
그늘로 막아선 담벼락에도
환하게 몸 열어준 대문에도
바람 부르는 유리창에도
엉겅퀴를 그린다
어쩌면 자물쇠 채워놓은 그녀의
살갗 어딘가에
지울 수 없는 엉겅퀴
문신이 새겨 있을 것 같아
꽃무늬 읽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