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8일 월요일

29년의 세월

29년

당신과 내가 만나

같이 산 세월

무슨 인연으로 만났는지

이리 갸우뚱 저리 곰곰 생각해 봐도

남는 것은 물음표뿐

잔칫날의 기쁨이 식기도 전에

둘이 하나 되는 아픔은 시작되었고

가장 예뻐야 할 신부는

상큼한 젊음의 때를

깊은 골방에서

뻥 뚫린 가슴을 앓아야 했다

둥지를 못 찾는 밤 까마귀처럼

수많은 날을

꺼억 꺼억 울며 날 밤을 보내야 했고

개뼈다귀만도 못한 남편은

한 뼘도 안 되는 그 마음을 보듬지 못했다

엉킨 실타래 같은 아내는

실마리 풀길 없어

상봉터미널과 공항을 기웃거려야 했고

세월이 약이 되는 이유는

혈기가 빠질 때 쯤 되고 나서야

남편 철나게 했다

세상보다 귀한 것이 나머지 반쪽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듬성해 지고

두 눈이 침침해 질 때쯤에야

무엇이 소중함을 알게 된

나는

인생 발육 지진아

29년은

당신과 내가 만나

같이 산 세월

심심할 땐 친구가

외로울 땐 애인이

철없을 땐 누나가 되어

자리를 지킨 당신

한 병 넘는 눈물을 흘리면서

숨 넘어 가는 가슴통을 앓으면서

그 긴 밤을 홀로 지새우면서

살아 주고,

두 아이 키워준 당신

고맙다는 말을 이제야 합니다.

- 만나 - (http://blog.naver.com/manna365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