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당신과 내가 만나
같이 산 세월
무슨 인연으로 만났는지
이리 갸우뚱 저리 곰곰 생각해 봐도
남는 것은 물음표뿐
잔칫날의 기쁨이 식기도 전에
둘이 하나 되는 아픔은 시작되었고
가장 예뻐야 할 신부는
상큼한 젊음의 때를
깊은 골방에서
뻥 뚫린 가슴을 앓아야 했다
둥지를 못 찾는 밤 까마귀처럼
수많은 날을
꺼억 꺼억 울며 날 밤을 보내야 했고
개뼈다귀만도 못한 남편은
한 뼘도 안 되는 그 마음을 보듬지 못했다
엉킨 실타래 같은 아내는
실마리 풀길 없어
상봉터미널과 공항을 기웃거려야 했고
세월이 약이 되는 이유는
혈기가 빠질 때 쯤 되고 나서야
남편 철나게 했다
세상보다 귀한 것이 나머지 반쪽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듬성해 지고
두 눈이 침침해 질 때쯤에야
무엇이 소중함을 알게 된
나는
인생 발육 지진아
29년은
당신과 내가 만나
같이 산 세월
심심할 땐 친구가
외로울 땐 애인이
철없을 땐 누나가 되어
자리를 지킨 당신
한 병 넘는 눈물을 흘리면서
숨 넘어 가는 가슴통을 앓으면서
그 긴 밤을 홀로 지새우면서
살아 주고,
두 아이 키워준 당신
고맙다는 말을 이제야 합니다.
- 만나 - (http://blog.naver.com/manna365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