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일 토요일

망루(望樓)를 기억하다

그 모든 것을 기억한다
너무나 또렷하게
오래 되지 않은 연서(戀書)를
언젠가 누각 높이 세운
망루가 된 적이 있었음을
까치 발로 서서
담벼락너머
목숨보다 소중한 누군가를
밤새 지켜 본 적이 있었다는 것을
혹시 다리 건너온 물이나
수풀 건너온 불이
갑작스럽게 몸을 치고
들어 오는 것이 아닌지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이며
바라본 적이 있었다
혹시 땅위에서나 하늘에서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적이 쳐들어 와
그토록 작은 희망마저
다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닌지
불면으로 깨어나
성곽을 서성거린 적이 있었다
혹시 누군가 변심하여
빗장을 걷고 문을 활짝 열어
저 건너 쪽으로
멀리 달아나는 것은 아닌지
마음 속에 굵은 못을 대고
쾅쾅, 망치질 한 적이 있었다
기억한다 그 모든 것을
이제 지킬 것 하나 없으니
허물어뜨려 폐허로 변한 망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