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9일 화요일

어느 별에서의 산책

어느 별에서의 산책

김종제
층계를 밟고 올라가
의자에 등을 기대어
잠깐 고개 숙여 잠이 든 사이에
낯선 간이역 같은
어느 별로 순간처럼 날아왔다
언젠가 꿈결같이 와서
누군가 손잡고 걸어간 들녘인지
모든 게 눈에 익숙하다
사방이 코스모스 길이다
너와 함께 해서 고맙다고
꽃의 머리 쓰다듬으며
천상으로 발 디디며 오르는 것인데
풀잎에 맺힌 이슬을 손으로 따
가득 입에 넣는다
달콤한 포도송이 같은 우주의 향기가
목을 넘어 핏속까지 번져간다
오늘 내가 걷고 있는 새벽길이
허공에 가볍게 띄운
환상 열차의 행로 같아서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니
나와 닮은 사람이 관속에 누워 있다
또 다른 별로 꽃길 산책하러 갈지라도
당신을 다시 만나면 좋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라
비 온다는 전갈이다
층계를 밟고 의자에 앉아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니
어느새 낯익은 나의 별이다
당신이 먼저 와서 손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