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3일 토요일

고백의 강

내가 당신의 이름 부를 수 있을 만큼 조금만 가까이 있어 주세요
내 고백 들어주지 않아도 좋아요 그저 당신의 뒷모습 먼 발치서
바라볼 수 있다면, 강건너 저편 당신의 숨결 베인 장미꽃 피어
있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않겠어요 당신과의 사이를 가로 막아
흐르는 강줄기에 고백의 눈물 흘려 보내지도 않겠습니다 그대
내 눈물마저 거두어 가셨기에 울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시 돋힌
찔레꽃 내 속살 찔러와도 시린 맨발로 강둑 따라 걷고 싶습니다
언젠가 강 줄기 메말라 아버지 마른 육신에 돋아 나던 버즘처럼
욱신 거리는 아픔으로 조여 와도 난 그대 앞에서 통곡하지 않겠
습니다 아침마다 이슬 머금으며 기어이 하늘 바라보는 청개구리
처럼 타오르는 목구멍 싸안으며 강건너 이녘 흔들리는 숲의 울음
을 듣겠습니다 그대 차라리 내 이름 석자 부르지 마소서 이밤 고
백의 강에서 아래로 아래로 소리없이 흐르는 물줄기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