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4일 월요일

첫 눈으로 내릴 수 있을까

동장군이 뒷짐 지고 들어 선 이후
처음 내린 눈이기에 설레임에 떨리는 것이다
나, 그대 처음 보는 날도 첫 눈을 대하듯
부르르 떨림이로 가슴 방아 찧으며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순결 하였는데
그러나
첫 마음을 간직하기란 어려운 것이 였던가

첫 눈을 바라보는 동안
쓸쓸함의 수갑은 어느새 나를 채우고
질질 끌고 다니는 데도
입 꼭 닫아걸어야만 했다
삐죽이 나온
그리움의 꼬리 잡아 넣으려 몇 번이고
눈 위에 뒹굴어야만 했다

눈 맞추며 교감하던 때가 언제 였던가
속살의 얘기에 입 다물지 못 하였던 시간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단 말인가
눈대중만으로
마음 대중만으로
생각을 읽었던 때는 어디로 도망갔단 말인가

아슴아슴한 느낌들을 짜 낸다면
말 줄임표로 남은 헐렁한 사연
열 두 폭 치마처럼 펼치지 못한 마음
저 첫 눈으로 내리기나 해 줄 것인가
그대 머무는 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