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갠 아침 하늘 아래
서서히 떠오르는 산영(山影)처럼
죽장망혜 벗하는 구도자처럼
오랜 휴식 취하고 난 산처럼
푸르디 푸른 하늘에
희디 흰 구름 거느리고
아마도 쉬어가고 싶어서
아마도 편해지고 싶어서
오래도록 돌아 앉아
만년 쌓인 흰 눈 아래 묻힌
푸른 용담초랑
못다 한 이야기 나누고 왔나봐
아마도 쉬워지고 싶어서
아마도 풀어 헤치고 싶어서
그 날 바다 가까이
낮은 산언덕에 머물렀듯이
오랜 잠을 자고난 산처럼
이마 톡톡 건드리는 새부리 아래
푸르디 푸른 하늘과
희디 흰 구름 거느리고
오랜 휴식 취하고 난 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