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4일 일요일

좌석버스

왜 그랬는지
음악도 커피도 담배도 태울 수 없는
비좁은 좌석버스에 붙어 앉아
뭐가 그리도 즐거웠는지
무슨 할 얘기는 끊이지도 않았는지
개도 안 물어갈 자존심 때문에
밤낮 비어있는 지갑
있는 돈도 못 쓰게 하고
버스만 태워 돌아다녔는데
미안해 하는 내가 안되 보였는지
정말 나와 있는 것으로도 부러울 게 없었는지
도무지 내일이라고는 없던 날
거꾸로 매달고 털어봐야
희망 비슷한 것도 안 떨어지는 날
우리 너무 상큼하지 않냐고
잘 될거라고 다 잘 되게 되어있다고
아무도 안 알아주면
이 버스 운전기사 하자고
자기가 매일 옆에 타고 다니면
돈도 벌고 함께 있고 얼마나 좋으냐고
우리 같은 연인들을 위해
음악도 준비해 두자고......
기억해 봐야 가슴만 상할 얘긴데
이제 좌석버스 운전기사 안 해도 되고
털어보면 희망도 조금 떨어지고
예쁜 내 차도 있는데
왜 이러는지
좌석버스비 남겨두고 술 마셔야 했던 그때로
지지리도 짜증나던 그 상황으로
왜 자꾸 돌아가보고 싶은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