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허무를 다 끝낸
겸허한 마침표 하나가
네모난 상자에 누워
천천히 땅 밑으로 내려가네
이승에서 못다 한 이야기
못다 한 사랑 대신하라 이르며
영원히 눈감은 우리 가운데의 한 사람
흙을 뿌리며 꽃을 던지며
울음을 삼키는 남은 이들 곁에
바람은 침묵하고 새들은 조용하네
더 깊이, 더 낮게 홀로 내려가야 하는
고독한 작별인사
흙빛의 차디찬 침묵 사이로
언뜻 스쳐가는 우리 모두의 죽음
한평생 기도하며 살았기에
눈물도 성수 (聖水)처럼 맑을 수 있던
노수녀(老修女)의 마지막 미소가
우리 가슴속에 하얀 구름으로 떠오르네
*어느 노수녀님을 위한 추모시에서 저의 할머니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