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4일 목요일

어머니의 수박

속을 다 파먹고
쟁반 안에는 푸른 겉 닦지만 남았습니다.
붉은 당신의 속을 다 파먹고도 모자라
하얀 갓 살까지 혀로 핥고
내 생의 더위를 식혀도
아무런 내색도 하시지 않은 어머니

처서가 지나고
바랭이 씨앗 분분 흩어질 때
물기 마른 당신의 몸속으로 우수수
찬바람이 스며들지만
당신은 말라가는 윤기를
한번도 탓하지 않았습니다.

절뚝이며 흐르는 강 언덕 위엔
가을로 여문 씨앗들이
아늑한 곳으로 찾아
저마다 바람을 타고
당신 곁을 떠나
푸른 싹을 키워 새로운 수박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