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8일 월요일

밥집에서(1999년 8월) -이해인-

´밥 좀 많이 주이소´

며칠 동안의 허기를
한꺼번에 채우려는 듯
내일의 몫까지 미리 채우려는 듯
그릇을 들고 오는 이들마다
일제히 큰소리로 외치는
이곳, 성 분도 두레상

나는 팔목이 아프도록 밥을 푸고 또 퍼도
다시 반복되는 후렴
´밥 좀 많이 주이소´

많이 많이 드시고 또 오세요
인사말을 건네는데
장미 가득한 정원의 성모상도
이쪽으로 걸어오시네

밥이 곧 생명이고 기쁨이고
삶의 행복임을
나머지는 다 그 다음 문제임을
다시 알아듣는 곳
나도 잠시 배고프니
조금 더 알아듣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