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수요일

겨울 들녘에 서서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 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 겉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낱말 몇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은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된 자의 성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