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그날 차가운 마루에 앉아 마늘을 까셨다.
일동이네 산, 소나무 틈으로 붉은 새벽이 떠오를 때부터
지친 해가 군인 아파트 뒤로 넘어갈 때 까지 끼니도 거르고,
냉기가 진을 치고 있는 콘크리트 마루에 앉아서
꼬부라진 허리 한 번 펴지 못하고 마늘을 까셨다.
서른이 넘었어도 철없이 방황하는 손자를 “썩을 놈 썩을 놈” 욕하며
마늘까는 손에 힘을 주기도 하고.
어찌되었건, 그녀의 자손이 잘 되기를 기원하며 마늘 껍질을 하나하나 벗기셨다.
그러나, 일은 그녀가 마늘을 다 깠을 무렵 일어났다.
그녀가 일어나려 했을 때,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할머니는 쓰러지며 “채영아 채영아!” 불렀지만, 아무도 없는 깜깜함 속에서
그 소리는 그녀의 입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졌다.
그것이 할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말썽많은 손자의 이름이 그녀의 마지막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