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오해

오해



당신에게 내 한 걸음 다가가면

당신도 내게 한 걸음 다가오리라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한 치 커지면

당신 가슴 속 꽃봉오리에 내 사랑의 떡잎이 눈을 뜨리라
처음 만날 때 서 있던 자리에 당신은 아직도 그대로인데

다가가도 다가가도 한뼘도 좁히지 못한 채

난 제자리만 맴돌고 있습니다

당신에 대한 그리움은 이미 적은 내 가슴을 흘러 넘치는데도

내 사랑의 씨앗은 아직

당신의 가슴 속에 자리잡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그렇게

오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도

당신을 위해 화장을 하고

당신을 위해 이 옷 저 옷을 뒤적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보일 내 몸에 취하여

사랑하는 당신

가슴 속에 날 조금만 담아둬요

오늘 고해성사(告解聖事) 하는 날이잖아요

당신 손을 이끌며 내 가슴을 열고 있습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은 그렇게

오해로 깊어졌습니다
이제사 난 당신이

사막 저편에 언뜻언뜻 보이는 신기루(蜃氣樓)라는 걸 알았습니다

당신은 그저 그 자리에 서 있고 나만 맴돌며

내 싹을 티우기에는 당신 가슴이

물기 한 점 없이 매말라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해가 있었기에 난 이토록 당신을 바라볼 수 있었고

오해가 있었기에 당신도 그 자리에 묶어둘 수 있었기에

난 아직도

당신과의 거리를 한뼘이라도 좁히기 위해

다가가고

내 떡잎이 당신 꽃봉오리에 머리 내밀도록

그리움을 키우고 있습니다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오해인 것처럼

사랑을 만들어내는 것도 오해입니다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이 오해에서 시작되었듯

당신이 오해를 시작하면서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은 온전해 질 것입니다
그래

당신에게 보내는 술잔에

그리움 대신 오해를 담아 보냅니다

이제 당신의 가슴엔 내가 보내는 그리움 대신

나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사랑의 열꽃이 피어날 것입니다

오해의 떡잎이 눈을 내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