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8일 목요일

여자만(麗紫灣) 바라보면서


그날 보았던 하늘과지평에 맞닿아 바다로 숨어들던노을이 보고 싶어 다시 여자만에 서있다.갯가에 우뚝 서 잎떨군 시루목 한그루빛받아 검은얼굴 눈부시고물새 부리로 찾아가는 사랑의 노래어느새 고요한 찻집 모리아 정원에는 장명등 곱게 일어선다.둥둥떠 흐르기를 고집하는 작은 섬들점점이 등을 밝히는 고깃배하얗게 솟아오르는 외로운 집의 굴뚝 연기 켜켜이 접히고 다시 서서 손에 담아보는 여자만의 물그림자.억새 흰 꽃이 나불댄다그저 허허로이 웃으며 달래고 보채고아릿한 눈물 뒤로하고 떠나는 나그네 마음에호젓한 편지를 쓴다.봄이 오고 있을 테지하얀 안개 제치고 속닥거리며 달려오는 여자만 바라보는 날 나는 다시 서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