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을 걸고
늦잠에 빠져있는
해남의 가을은 아직도 타는 십일월
후-, 불면 꺼질 듯도 하지만
호-, 하면 타오를 노란 잎새가
오가는 정처럼 발등에 지는
타향의 여정도 참으로 아름다운데
긴 밤 지새우는
가지 끝 외톨 홍시는
등불 같은 주홍으로
그리움에 야위어 잔주름만 질까
첫눈 따라 필시 올
하얗게 나릴 까치 소식 기다리는
시골 누이의 애타는 마음이련만
숨어든 겨울이
뉘 먼저 혼약을 펼쳐버린 듯
서리 허연 새벽 들녘에
애정의 김을 모락모락 피워 물고
헤벌쭉하고 누운 허수아비가 미워
나도, 혼사의 밤을 지나
계절이 제 꽃을 피우는
하얀꽃 겨울이 오면
봄, 여름, 가을
데워둔 한쪽 가슴 뚝 떼어
기다림의 여인아 네게 주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