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토요일

수신확인

수신 확인
어디에 계신가
집을 오래 비운 당신은
우편함을 열지 않고도
내 소식을 듣는가
아니면 부러 외면하는가
살구꽃 피고 지는 봄날 내내
꽃잎마다 꾹꾹 눌러 안부를 묻는데
당신에게서는 소식이 없다
그것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
소식이 오기 전에
새 편지가 또 당신에게 먼저 당도할 것이나
그런 일쯤이야 힘들지 않다
짠한 것으로 치자면
소식을 전송하고 받는 일보다
수신확인을 되풀이하는 일이다
오늘은 살구나무의 각혈이 유난히 심한데
당신은 어디에 계신가

이성룡 시인의 시화전에서
-시집 ´서풍에 밀려온 아프로디테´, ´비자나무 숲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