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6일 토요일

타관일기 -감태준-

겨울맞이를
나는 봄옷 속에서, 동전 한 닢으로
우리들 미래를 점치는 새는
늙은 주인 앞에서

첫눈을 맞는다, 꿈을 보는
밤 열한 시
가로수들은 줄을 지어
앙상한 손뼈를 흔들며 꿈속으로 가고
그 옆에서 사람들도
오늘 다 가지 못한 길을 등에 지고
부지런히 꿈속으로 가고 있다

나도 어서 가야지
첫눈을 맞고 활짝 열리지 않는
마음을 타이르면
마음은 서울 몰래
고향 앞바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빈 손을 꺼내 보인다

그래그래, 서울은 정작
첫눈에도 발이 묶여 근시사도(近視四度)에 걸리고
다 닳은 구두를 신은 따라지가 혼자서
새점을 치고 있다

대체 버스는 언제 오는 것일까
봄을 보내지 않은 채 버스를 기다리는
나는 잠시 기다림에 갇히고
내 시계는 스물세 시 사십 분에서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