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햇살 소풍가고
잿빛 하늘 검은 구름
낮게 낮게 걸어오다
산 귀퉁이 잡아 먹고
바다를 뒤집어 놓았네.
하늘 비에
고추나무 쓰려지고
창가에 파란 은행나무
앞 뜰에 대추나무 이파리
파르르 비에 젖어 떨고 섰네.
길을 가던 어린아이
비바람에 우산을 빼앗기고
비에 젖고 눈물 흘리며
빗물에 주저앉아 하늘을 원망하네.
비야
하늘 비야
이제 그만 멈추어라
하수구 붕어 아니라 배 터진다.
논에 심어둔 벼이삭 쓰려지고
병해충 잡초에 붙어 득실 거린다.
어부들 한 숨 짓는다.
농부들 한 숨 짓는다.
하루살이 노동자 눈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