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떨어진 은행잎새 나비떼 되어 날아오르고

떡갈나무 숲속 오두막집
창 밖에 지는 노란 은행 잎새
후두둑 떨어지는 이별의 눈물인가 했더니
찬바닥을 덮는 여인의 신음소리인가 했더니
어느새 퍼드득 날아오르는 가을 나비떼
아니 다시 한 번 눈을 씻고 보아도
속일 수 없는 아름다운 춤사위
가을터밭에 새로 나는 연한 배추잎 같은
고운 꿈의 나래를 쳐들고
사계의 변화하는 의미를 묻듯이
생명의 변함없는 과정를 캐듯이
허공으로 떼지어 소리쳐 날아오른다
수천년 돌 속에서 홀로 익힌 투시의 법
수만년 어둠을 뚫고 달려온 축지의 술
생에 첫 날인양
생에 마지막 날인양
새 날을 여는 부지런한 창 밖
꿈의 눈송이 환몽처럼 쏟아져 내린다
나풀거리는 엷은 소매자락
덜컥 열리는 시방 세계성진
저기 노오랗게 펼쳐지는 부채살 위에는
버림받은 황량한 가을숲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봄날숲을 이끌어낸
헤라클레스적인 노고가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달려온
손기정의 기개만큼 깊숙히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