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그 여름날의 풍경

여름은
홍수 진 강물처럼 떠내려 와 스스로 터졌다
여름 나무들은
품어보는 바람이 자신과 비슷한 성향임을 알아
양어깨에 날개를 단 듯 마음놓고 출렁인다

어디 그 뿐인가
한나절을 강변 포도밭에서 놀던 햇살이
얼굴이 빨갛게 익어
강에서 첨벙대다 울창한 솔밭 그늘로 찾아들면
나무들이 발산하는 피톤치드(phytoncide)에
새들의 삼림욕이 절정이다

물길이 점점 깊어진다 싶더니
강바닥에서 신관이 훤한 산이 솟구친다
잠언(箴言)을 존중하는
물새들의 행렬이 강변을 휘어들면
웃자란 풍경들도 모두 용서되는 해거름

낚시 눈을 하고 좀을 떨던
내 마음 심지에도
발그레 낙조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