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8일 목요일

통과의례

물 같은
역사가 되는 것이다
역사 같은 강이 되는 것이다
얼어붙은 강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다
다리로 굳건하게 서서
강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한 조각 돛단배가 되어
강을 건너가는 것이다
신을 벗어 던지고
얼음강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전철에 앉아
강을 가로질러가는 것이다
물고기가 되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그물을 던져
강이 가진 것을 걷어내는 것이다
내 몸에 둑을 만들어
강을 막고 서는 것이다
내 눈물의 홍수로
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내 불타는 마음으로
강이 뿌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내 가슴 베인 상처에
강이 붉게 피로 물드는 것이다
통과의례라는 것은
내 강을 드러내고
그곳에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내 강을 묻고
그곳에 무덤을 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