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4일 수요일

유리천장

사방 가로막혀 있어도
하늘은 환하게 열려 있다고 믿었는데
은밀했던 속살이 비추어 보이는
저 허공이 텅 비어 있는 줄 알았는데
강철보다 단단한 벽으로 닫혀 있다
천장에 오를 꿈을 꾸지 말아야겠다
하늘을 거닐겠다는 생각을
추호도 갖지 말아야겠다
손끝에 닿을 수 없으니
천장 아래 서 있는 곳이
유리로 가로막혀 낡은 감옥이다
새벽 별도 저녁 달도 유리에 박혀 있다
천둥과 벼락도
그 속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다
팔짝, 뛰어 올라 손톱으로 툭 치면
천장에 스윽 금이 가겠다
유리의 낙엽이 쏟아져 내린다
발 아래 무성한 유리의 파편을 밟는다
부서진 어머니의 마음을 닮았다
어느 범종에 새겨진 飛天의 여인처럼
지붕을 뚫고 나가
하늘로 날아 오르고 싶어했던 어머니가
깨진 천장 아래 앉아 있다
한 줄기 바람이 어머니를 흔들자
유리처럼 산산이 부서져버렸으니
내가 딛고 선 곳이 혹시
유리로 만든 땅이 아닐까 하여
발을 바닥에 대고 탕탕 쳐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