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일 화요일

큰 딸이, 체하여서
약도 먹이고
억지로 달래어 손 끝도 따주고
그랬는데도 아직 여전히
손이 얼음같이 차고
얼굴에 핏기가 없어서
참 큰일이네,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섰고, 종일
빈 맷돌 돌리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던
내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그아이 속이 확 뚫릴까하는
그 한가지 생각만이 서성거리다가

저녁무렵에,
수원역앞 로터리를 빙빙돌아서 빠져나가는
비봉행 직행버스처럼, 나는
머리부터 꽁지까지 먼지를 뒤집어쓴
온통 뿌연 마음으로
어둠속으로 잠겨들기 시작하는 집에 들어왔더니
그 아이도 저 혼자
종일 빈집에 누워서 지냈던게 서러웠던지
현관에 들어서는 나를 보더니만
입을 뻘쭉거리고,
코끝이 빨개져서 내게 안겨오더라구요

말부터 앞서던 그 아이가, 내게
말 한 마디 거네지 못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