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 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옆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도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잇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