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1일 일요일

단숨의 인연

단숨의 인연


두 물체 사이에는 끄는 힘이 있다는데

사과보다 땅의 끄는 큰 힘 때문에 사과는 땅으로 떨어진다는데

손으로 끌면 내게 끌려오는 당신인데도

손을 놓으면 나는 당신에게 휘어지니

나는 다가가도 당신은 멀어만 가니

어찌하면 사과가 하늘로 떨어질 수 있을까

어찌하면 나는 물러나고 당신은 다가올 수 있을까


물체 사이에 끄는 힘이 있다는데

당신이 내 눈에 들어앉기 전에는

날마다 옷자락 스치면서도 먼 산 바라보듯 무심하다가

콩깍지 씌우면서부터 무작정 당신에게 달려가니

당신은 물러나는데 나만 혼자 애달고 있으니

당신 향한 이 마음을 끄는 것은 무엇일까 허깨비 장난일까

왜 이리 허랑한가 물체 사이에 끄는 힘이 있다는 이 말이


옷자락이라도 스치려면

3천 번 낳고 죽는 동안 인연 쌓아야 한다

이 말은 참말인가 거짓인가

셀 수 없이 여러 번 낳고 죽으며 쌓는 인연은 어떤 것일까

본래 없었던 인연은 어찌해 생겨나고

나만 당신에게 휘어지는 인연은 어찌해 생겨나는 것일까

당신도 나에게 휘어질 수는 있을까

도(道)를 이루는데는 한 생애도 필요 없고

한 생각으로 족하다고 선사(禪師)들은 말하는데

인연은 왜 순간으로 매듭지을 수 없는 것인가


과학을 뛰어넘고 진리를 뛰어넘어

한숨에 당신을 내게 휘어지게 하고 싶다

칡넝쿨처럼 얽히는 인연의 끈이 필요하다는 헛말은 지워내고

분재 만들 듯 동이고 조이고 싶다

무슨 인연으로 휘어지는지 원리는 알 수 없어도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당신을 무너뜨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