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파로호

파로호


모든 生은 다 섬이다
물 위로 떠돌아다니는 유목이다
하여 잡은 손길 뿌리치고
산의 끝까지 올라갔는데
그곳에 호수가 포로로 잡혀있었다
하니 물가로 가는 모든 生은
死와의 갈림길 같다
파로호를 붙잡고 있던 절이 나타나
물 바깥의 生으로
유람이나 떠나자고 한다
배 한 척 띄워놓고
서 있을 틈도 없는데
生의 입구에 밀어넣고 문을 닫는다
이승에 묶인 밧줄을 풀어놓는다
한 자락도 흔들리지 않는
물의 몸이 열리고
나신으로 누워있는 여인이
펄떡이는 심장을 꺼내 보여준다
비에 젖은 새들이
허공에 놓인 다리를 건너가고
안개는 또 물을 차지하기 위해
진격해 오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서
다른 生을 만났으니 후퇴도 없다
칼 한 번에 베어나간
살결 고운 복숭아 같아서
파로호에서는 후회도 없다
나를 깨뜨려 사로잡았으니
물의 감옥에 오롯이 갇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