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게도 잘 익은 수박덩이 하나 ,
원두막 땡볕 수박밭에서 갓 따온 ,
마루 중방문 곁 옛 뒤주 위에 놓인,
그 빛깔과 그 무게와 그 때깔이
어느 다른 놈 보다 실하고 참하고 숙해,
겉이 반지르르 검은 윤기가 나던,
굵은 줄이 백두대간처럼 꿈틀거리고
허리굵은 만주호랑이처럼 뒤틀거리던,
8월 명절 휘영청 빛나던 달덩이만한,
초가이엉에 얹힌 커다란 박덩이만한,
으리으리하게 잘 익은 수박덩이 하나,
제상 차려 높이 모셔둔 그 곳에서
나를 향하여 태몽처럼 굴러 떨어졌다
제 배를 쩍 갈라 붉고 탐스런 속살을
흐벅지게 피터지게 적나라히 보여주었다
크고 굵은 씨앗이 촘촘히 틀어지게 박힌
과즙 흥건히 고여 풍부한 제 모든 것,
목숨건 제물, 봉헌의 의미 보여주었다
무더위 한가운데 중복날 자정 꿈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