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5일 월요일
박두순의 ´행복한 하느님´ 외
<동시 속의 하느님> 박두순의 ´행복한 하느님´ 외
+ 행복한 하느님
새들은 하느님 것이다
아무리 떠들어도 말릴 수 없고
아무리 쏘다녀도 말릴 수 없으니.
그렇고 말고, 새들은 하느님 것이다
하늘을 휘저어 다니고
구름 속을 마음대로 들락거리니.
분명, 새들은 하느님 것이다
깨어나며 고운 알껍질은 땅에 바치고
작은 날개와 부리
때묻지 않은 노래는 하늘에 바치니.
하느님은 행복하다.
(박두순·아동문학가)
+ 산새
하느님은 왜
그 예쁜 새를
산 속에 두시나.
고운 노래
잃지 않게 하려고.
(박두순·아동문학가)
+ 하느님에게
때 맞춰 비를 내리시고
동네 골목길을
청소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가슴 아픈 일이 있어요.
개미네 집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개미네 마을은
그냥 두세요.
구석에 사는 것만 해도
불쌍하잖아요.
가끔 굶는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박두순·아동문학가)
+ 벌과 하느님
벌은 꽃 속에,
꽃은 정원 속에,
정원은 토담 속에,
토담은 마을 속에,
마을은 나라 속에,
나라는 세계 속에,
세계는 하느님 속에,
그래서, 그래서, 하느님은,
작은 벌 속에.
(가네코 미스즈·일본의 천재 동요시인, 1903-1930)
+ 전화 받은 하느님
생강나무
산수유나무
목련나무
목마른 것
어떻게 알았을까?
준비물 깜빡했을 때
엄마에게 전화하는 나처럼
나무들도 하느님에게
전화했나 보다.
전화 끊자마자
교문까지 헐레벌떡 달려오는
우리 엄마처럼
전화 받은 하느님
고마운 단비
주룩주룩 내려주시나 보다.
(박선미·아동문학가)
+ 꽃씨 한 개
생각해 보았니?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처음 만드실 적에
꽃씨도 꼭 한 개씩만
만드셨단다.
채송화 꽃씨도 한 개
해바라기 꽃씨도 한 개
맨드라미 꽃씨도 한 개
그런데 보아라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채송화 꽃씨가 있고
해바라기 꽃씨가 있고
맨드라미 꽃씨가 있는지.
꽃씨 한 개가 싹트고 자라고 퍼져서
이토록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구나.
(김구연·아동문학가)
+ 새의 악기
새는
하느님이 만든 악기입니다.
그 악기가 소리를 내면
우리의 귀는 깨어납니다.
새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목소리로
저희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합니다.
새가 노래를 하면
풀잎들은
살랑살랑 바람을 만들고
꽃잎은 떨어져
포올포올 편지가 됩니다.
새는
하느님이 만든
가장 고운 악기입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눈 온 날
버스 정류장에
헌 옷 입은 아저씨가
빈 깡통 앞에 놓고 졸고 있다.
사람들은 못 본 척
버스를 탄다.
하느님은 아까부터
내려다보고 있었나보다.
싸락눈을
빈 깡통에 담아주고 있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별
밤마다 책을 읽는
풀벌레들의 등불이 되어 주었다고
하느님이 날마다
달님에게 착한 표를 주었다.
달님은
하느님께 받은 착한 표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밤하늘 이곳 저곳
반짝반짝 붙여 놓았다.
(강현호·아동문학가)
+ 자연 인터넷
숲은
자연의 인터넷
햇살은
투명 마우스
나무는
하느님의 저장 파일
하느님이
햇살 마우스로
목련나무 파일을 누르면
목련 나무는
하얀 목련꽃
저장 파일을 연다.
(정갑숙·아동문학가)
+ 나무 나이테
올해도
한 곳에서 한눈팔지 않고
새에게, 다람쥐에게
벌레에게, 개미에게
바람에게, 나그네에게
열심히 베풀며 살았다고
하느님께서 나무에게
작년보다 큰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주셨다
(권창순·아동문학가)
+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맨 처음엔 나무들도 걸었을 거야.
뚜벅뚜벅 산길을 걸어 올라가던 나무,
마을길을 걸어가던 나무,
냇가를 걸어가던 나무에게 어느 날 선생님 같은 하나님이
˝제자리 섯!˝
호루라기를 불자 나무들은 모두 제자리에 멈춰 섰을 거야.
걷기만 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라고 말야.
그래서 집 없는 새들에게 둥지를 틀 자리를 마련해 주고,
온종일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손도 흔들어 주고,
땀 흘리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그늘도 만들어 주고 있지.
또 언제 하나님이 ˝앞으로 갓!˝ 호루라기를 불면 나무들은 모두
다시 걸어갈 거야.
도와 줄 일을 찾아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말야.
(전영관·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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