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일 수요일

사랑이라는 그 이름으로...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사람이 되고싶어하던
당대의 철인 J. S. 밀은
빈곤의 벽을 넘어서
세기의 말까지
고뇌에 찬 자존심을 움켜쥐었다

가난이 물리칠 수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삶은 연초록빛 새순으로 돋아
바람의 노래를 가지에 싣고
땅의 노래를 뿌리에 박고
밤마다 영혼의 풀피리 불어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다

돼지 앞에 던져진
진주가 아니요
주인이 움켜쥔 원석이 되어서
갈리고 닦이여 더러움을 벗어내는
아름다운 보석의 원형으로
오랜 인고 굳건히 견뎌
세월의 끄트머리를 붙들었다
사랑이라는 그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