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3일 화요일

가 죽 나 무.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하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가지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 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 주는것으로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전 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다른 나무들과 다른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짝
잘라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도 종 환 님의 ˝ 가 죽 나 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