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6일 화요일

크리스마스 제단에 켜진 촛불과 그 그림자

저 크리스마스 제단에 켜진
한 개 촛불은
몇 개 그림자를 갖고 있는 것일까
성당 문 틈으로 새어든 겨울 찬바람에
방금 막 꺼질 듯이
새하얀 벽 위에서 파도처럼 너울거리며
생명을 이어가는 촛불과 그 그림자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며
한 곳으로 돌아선 면벽의 평면 위에
춤추는 무희들의 그림을 그린다
수직으로 기립된 시간들이
수평으로 풀어 헤쳐지면서
여기 저기 새의 발자국들을 남긴다
몇 개 그림자는
이리 저리 불꽃 심지를 돋우었다가 줄였다가
몇 개 방에 동시에 어른거리는
한 개 촛불을 도리어 껐다가 켰다가 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있는 동안에는
전혀 보이지않던 다른 방들이
바깥으로 걸어나오자 보이기 시작한다
그 곳에 오래 전부터 몇 개 방들로 된 집이
있었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개 크리스마스 촛불은
몇 개인지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을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니며
시시때때로 이 곳 저 곳 풀어 놓으며
세상을 밝히는 일을 다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