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8일 월요일

노숙자

전등을 비껴,
통로바닥에 몸뚱이를 내려놓으면
부실한 거주지만을 옮겨다녀 온 육신이
모공에서 솟아오른 털가지들을 알알이 흔들어
터진 머루알갱이 골라내듯
하루의 고단함을 덜어낸다

육신에 붙어있는 염통은
자동차 엔진같은 거여서
어둠속에서 시멘트바닥이
체온을 갉아먹을지라도
시동만 걸어놓으면 멈춰지지는 않을테지

머리맡에 신발을 괴고누워
발가락 하나하나를 발기시키자, 그들은
하루 중 가장 자유로워서
아우성을 질러대고
해질녘까지 어깻죽지에 얹혀 다녔던
초겨울 잔열(殘熱)은
통로구석 어디에도 기댈 곳을 찾지 못 하다가
머릿 속 한쪽켠을 파고들어
토담집을 짓는다

태어난 곳에 터를 잡고,
얼마나 긴 세월을 섬겨온 삶이였나
그곳엔 해오름의 광채가 계절마다
비와 바람을 반죽하여
돈황굴 보다 더 보드라운 손길로
혼을 키웠드랬지, 팔월 큰 비에
채마밭만이라도 건졌더라면
맞보증 선것은 문제도 안되었을 거야

내일은 바쁠테니
오늘은 잠을 자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