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니
강풍과 폭우로
파란 몸
반 쯤 드러낸 채
나뭇가지와 함께
땅에 떨어져있는
덜 익은 도토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단단히 여물은
고동색 꿈과 웃음
활짝 피지 못하고
생명 다 한 그
죽어서도 깔끔하고
야무진 모습은
차라리 눈부시고
아름다웠습니다
흐르는 세월 속에
허기진 짐승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고
퇴비로 을 그를 보며
나도
주어진 운명에
최선을 다 하다
언제라도 미련없이
환한 웃음 지으며
훌훌 가벼운 몸으로
세상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