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수요일

증명사진

정월 초하루 앞 두고
불귀의 객이 된
사내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사진 한 장 나왔다
설산에 그가 서 있었다
이곳은 아직 겨울이라고 말하는
그가 벌거벗고 있는 듯
무척 추워보였다
그의 체취가 남아있는
옷과 책들은 벌써 불태워졌고
´실은 그는 그 흔한
동영상 한 편 찍지 않았다´
남은 것이라고는
한 때 살과 뼈와 피를 가졌다고
증명하는 사진뿐이었다
궁금하다, 한 줌 가루가 되어버린
저 사내를 온전하게 드러내는
것이 무엇일까
사내를 강물에 뿌리고
돌아오는 길에
보름이나 일찍 핀 꽃들의
증명사진 한 장 찍어준다
조만간 저들도 돌아오지 못 할
곳으로 떠날 것이다
사진 속의 저 사내에게
봄은 영 아니 올 듯
폭설에 파묻힌 그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