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8일 월요일

만파식적(萬波息笛)

길은정이 세상을 뜨기 전에 내어놓은 앨범 이름이
엄살 많은 나의 따귀를 때리고 지나간다.
큰스님의 법어처럼, 때 묻은 마음 헹구어내는
만파식적.
내 근심을 다 잠재우고도 남을 그의 가냘픈 노래가
튕기는 기타소리에 섞여 아픔과 슬픔의 고통
하나하나 뜯어내고 있다.
신장*의 미이라처럼 몸이 하얗게 타들어가도
용서와 사랑의 끈을 연주하던,
블루를 좋아한 천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허공에다 소리를 매다는 한 마리 새 같은 나를 본다.
한 줄이라도 피리처럼 울림이 있는 글을
남길 수가 있을까. 한 줌의 재가 되어서도 그는
파란 기타에 기대어
유난히, 하얗게 웃고 있다.

만파식적은 하얗다.

200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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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xinjiang新疆신강):중국 서부의 신강위구르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