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0일 수요일

치유(治癒)

저렇듯 붉게 단풍 들어
손으로 말을 하면서
가슴으로 말을 하면서
물에, 불에
상처받은 환자 가득한 들녘을
뜨겁게 안아주는 것만이
여기서 함께 살아가는 길이다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 있어
대지의 네가 아프면
내가 병이 들고
허공의 네가 죽으면
나 또한 무덤에 묻히는 것이다
그러니 간병하듯
같이 누워 밤을 새워주고
통증으로 잠 못 이루는
손가락 마디 마디
발가락 마디 마디
주물러 주고 쓰다듬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단풍으로 불 붙어야
굳게 닫은 마음을
열수 있는 것 아니냐
겸손하게 그의 손이 되고
그의 발이 되어야
무지개가 뜨고
파랑새는 날아가는 것 아니냐
창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오랫 동안 다물었던 입을 열며
배 고프네 라는 말을
찬찬히 들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