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보다
꽃이 지는 것을
적멸(寂滅)이라고 한다
나에게 등돌린 사람을
멸(滅)하는 것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그래야 네몸이 더욱 붉어진다
몇 번 만나지도 않았다고
낯선 곳으로 가는 나를
네가 못 본 척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사실은 다른 삶을 찾아
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미련스럽게 한 소리 하는 것도
다 꽃 때문이다
네속에서 불어오는 태풍 때문이다
바람이 분다고
목숨 놓는 것 없는 줄 안다
불어 오는 것이
어디 바람뿐이었을까
누군들 무덤 파고
싶은 적 없었겠느냐마는
볼 수 없는
네 뒤의 살갗이나
느낄 수 없는
네속의 마음에 대하여
무척 흔들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줄기도 뿌리도 다 놓았다
너를 놓았더니
적멸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