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3일 화요일

칼 윌슨 베이커의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외


<노년의 기도 모음> 칼 윌슨 베이커의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외

+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게 하소서
해야 할 좋은 일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꼭 새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 듯이

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어감에 따라
더욱 아름다워지게 하소서.
(칼 윌슨 베이커·미국 시인, 1878-1960]
+ 늙어가는 사람을 위한 기도

오, 주님,
내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고 있다는 것,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것을 당신이 더 잘 아십니다.
어디에서든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는 착각을 하지 않게 하여주소서.
타인의 일에 끼여들고 싶어하는 나의 과도한 열정을 다스려주소서.

사색하되 사변적이지 않고 도움을 주되 지배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게 하십시오.
내게 엄청난 지혜가 쌓여 있어 혼자만 가지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러나 주님, 내게도 친구 몇 명은 필요합니다.
잔소리 속에 불필요한 것을 낱낱이 열거하지 않게 하시고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직관을 허락하여주소서.

내 몸의 아픔과 병에 대해 침묵하는 법을 배우게 하십시오.
병의 고통은 점점 심해지고 엄살에 대한 유혹은 점점 커집니다.
남에 엄살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재능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저 참고 들을 수 있는 인내심을 주소서.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세상에 둘도 없는 지혜를 배우게 하십시오.
그리고 남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성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성자, 성녀와는 밥 한 끼 같이 먹기도 불편합니다.
하지만 말도 붙일 수 없이 괴팍한 노인네가 되기는 싫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갖게 하소서.

그리고 주님.
그 재능을 입 밖에 내는 훌륭한 재능도 겸비하게 하소서.
(안젤름 그륀·독일 신부이며 작가, 1945-)
+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은총을 청하는 기도

제 몸이 약해지기 시작할 때,
그 사실이 자꾸 마음 쓰일 때
움츠러들거나
갑자기 충격적인 병이 찾아왔을 때,
아프거나 연로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는 괴로운 순간에,
자신을 주체할 힘을 잃어
저를 지으신 알 수 없는 위대한 분의 손에
완전히 맡겨질 때,

오, 하느님!
그 모든 어둠의 순간에,
존재의 올을 풀어헤치는 분이 당신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제 존재의 정수를 꿰뚫어
당신 안에 온전히 저를 품기 위해
그렇게 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떼이야르 드 샤르뎅·프랑스 사상가이며 신부, 1881-1955)
+ 정성 들여 살게 하소서

나이 드는 것에 감사할 수 있으므로
나의 삶을 기쁨으로 엮게 하소서

뒤를 돌아보면서
덧없음의 눈물만 흘리거나
남을 원망하면서
삶에 대한 허무감에 젖지 않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성스러운 존재와
옆에 있는 마음의 지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일구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므로
정말로 기쁜 웃음을 갖게 하소서

정직하게 나의 삶을 돌아보면
부끄럼 없이는
떠올리지 못하는 일들이 많고
후회스러운 일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과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삶에 자족하게 하시고
나의 미래를 설레임으로
맞을 수 있게 하소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빈틈없는 삶보다는
조금 부족하여도 넉넉함으로
삶의 향기를 갖게 하소서

어차피 인간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서로의 모자람을 채워
어울려 사는 삶을 배우게 하소서

인생의 큰 흐름이
소망과 감사로 이루어져 있기에
얼마간의 슬픔이나 우울 따위는
그 흐름 속에 쉽게 녹아
없어질 수 있음을 알게 하소서

나의 부족함에도 이런 행운과 함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하심을 감사하며
더 나이 들어도
깊어지는 기쁨과 소망의 골짜기에
들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나이 들었지만
맑고 상큼한 마음으로 현재를 살고
미래를 받는 일에 마음을 다하면서
삶을 감사함으로 소중하게 엮어가게 하소서
(작자 미상)
+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아 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제 기억력을 좋게 해주십사고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제게 겸손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만....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 늙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주님,
저는 해놓은 것도 별로 없는데,
그래서 내세울 것도 별로 없는데,
나이만 들어 인생이 참으로 허무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히고 있습니다.
저만은 늙지 않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 속에서
실제로는 커다란 허무감만 키워왔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제 영혼의 빈집에 살아 있는 생각과 생기 어린
기도를 채워주시어,
저를 젊게 해주소서.
젊음은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다만 새 영혼의 기운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하시고,
저로 하여금 더욱 간절히 영혼의 새 피를 구하게 하소서.

저의 때묻은 생각과 겉도는 기도 속에서
커진 저의 늙음에다 신성한 불을 놓아주시고,
또한 하느님을 밀쳐두고
저의 것을 소중한 것이라 우겨온 저의 늙음에다
새 기운의 세찬 소나기를 내려주소서.

그리하여 주님,
저로 하여금 영혼이 있는 사람으로
젊어지게 하시어,
잃어버린 시간을 보충하게 하소서.
제가 사랑으로 땀 흘리며 새 영혼으로
새로이 태어나 기쁨의 축제를 맛보게 하시고,
마침내 새롭게 젊어진 저의 영혼이
하늘나라로 힘차게 향하는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
(김영수·시인)
+ 인생을 위한 기도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꽃 같은 인품의 향기를 지니고
넉넉한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늙어가더라도
지난 세월에 너무 애착하지 말고
언제나 청춘의 봄날로
의욕이 솟아 활기 넘치는
인생을 젊게 살아가게 하소서

우러난 욕심 모두 몰아내고
언제나 스스로 평온한 마음 지니며
지난 세월을 모두 즐겁게 안아
자기 인생을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지나간 과거는 모두 아름답게 여기고
앞으로 오는 미래의 시간표마다
아름다운 행복의 꿈을 그려 놓고
매일 동그라미 치며 사는 삶으로
인생의 즐거움이 넘치게 하소서

가진 것 주위에 모두 나누어
아낌없이 베푼 너그러운 마음이
기쁨의 웃음으로 남게 하소서
여기저기 퍼지는 웃음소리가
영원의 소리가 되게 하소서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한 줄씩 그어지는 주름살
나이가 들어 인생의 경륜으로 남을 때
자신이 살아오면서 남긴 징표를 고이 접어
감사한 마음을 안고
나머지 삶도 더 아름다운 마음 지니며
큰 기쁨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인생이란 결국 혼자서 가는 길
살아온 날들이 너무 많아
더 오랜 경륜이 쌓인 그 무게
노여워도 노여움 없이
무조건 마음으로 모두 나누어주어
아무 것도 마음에 지닌 것 없이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사는 게
마음의 부자로 여기며 살게 하소서

자연스런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
백조가 너무나도 평온하게 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푸르고 잔잔한 마음의 호수 하나
가슴에 만들어 놓고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근심 없는 시간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그게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게 하소서
(이효녕·시인, 1943-)
+ 노인들을 위한 기도

인간의 모든 육체가 들의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하였는데
풀이 마르고 꽃이 시드는 것처럼
기운이 쇠하여 갈 수밖에 없는 저희들이오나
저희에게 영원히 시들지 않는
말씀의 언약을 주셨으니
힘이 없어 다른 모든 것은 놓을지라도
생명의 말씀만은 영원히 놓지 않도록
믿음을 굳게 하여 주십시오.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다지만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영원한 사랑으로 대해주심
잊지 않게 하시고
육체의 힘이 다하여 갈수록
영혼은 주님으로 말미암아
더욱 새로워지게 인도하여 주십시오.

세상의 모든 삶은
다 나그네 인생길이라 하였으니
나그네 삶의 소망은
영원한 본향인 줄 아오니
우리를 위해 예비해두신 영원한 처소를
사모하는 마음 변함없게 하시고
그 나라를 바라봄으로 하루하루의 삶이
기쁨으로 변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십시오.
(이병한·성남 예정교회 목사)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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