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4일 일요일

유안진의 ´아침기도´ 외


<아침 기도 모음> 유안진의 ´아침기도´ 외

+ 아침기도

아침마다
눈썹 위에 서리 내린 이마를 낮춰
어제처럼 빕니다.

살아봐도 별 수 없는 세상일지라도
무책(無策)이 상책(上策)인 세상일지라도
아주 등 돌리지 않고
반만 등 돌려 군침도 삼켜가며
하늘로 머리 둔 이유도 잊지 않아가며

신도 천사도 아닌 사람으로
가장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따라 울고 웃어가며
늘 용서 구할 꺼리를 가진
인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너무들 당당한 틈에 끼어 있어
늘 미안한 자격미달자로
송구스러워하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도...
(유안진·시인, 1941-)
+ 아침기도

나에게 하루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하루 안에 만남을 주시고
이 하루 안에 사랑을 주시고
이 사랑 안에 희망과 기쁨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나에게 하루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하루 안에 다정한 눈빛과 대화를 주시고
이 하루 안에 할 일과 배울 것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나에게 하루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 하루 안에 나의 가족과
친구들이 같이 있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이 하루가 끝나면
새로운 하루를
동쪽에 준비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멘.
(정용철·시인)
+ 아침의 기도

빛 속을 걸었다 영혼의 울림만
종소리처럼 번져 나갈 그 날을 맞으면
시간의 축은 사라지리라 그래,
이제 더욱 가까워졌어.
약속의 그날을 기다리면서도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었지.
자꾸만 나타나는 징후들이 두려워지는
나는 그들과 함께 흙이 되어 누워있을 나 자신을 본다

자신을 태운 불길로
주변의 생명을 밝히는 나무
새들의 순수와 사랑의 손길
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었어.

신이여 나는 두렵습니다.
나무에서 막 떨어진 낙엽처럼 길거리를 뒹굴며
어디에선가 한줌 부식토가 되어
풀뿌리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신이여,
내 흩어지는 영혼을 잡아주소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기름의 등잔으로 그날을 맞이하는
초라함을 가려 주소서. 먼저 손 내밀지 못했던
자존심과 망설이던 주저함을 진작
버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해 주소서

해 떠오르는 아침이
오늘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약속의 그날이 더욱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다시 새로운 하늘이 열리어
기쁨과 슬픔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을
나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서정윤·시인, 1957-)
+ 아침의 향기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아침기도문

아침마다 일어나면서 이렇게 생각하라

오늘 내가 살아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내가 이 귀한 인생을 얻었으니
오늘은 화를 내지 않고
어려운 일을 인내하겠어요
좋은 말을 쓰고
남을 위해 착한 일을 하겠어요
오늘은 수행해서 내 마음을 닦으면서
나의 모든 힘으로 이 세상에 베풀겠어요
(달라이라마)
+ 아침기도

주님, 오늘 하루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생각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자 합니다.

또 이웃과 형제를 통해 드러나는
주님의 사랑을 보며
이웃을 제 자신처럼
사랑하겠습니다.
적어도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 실패를 하더라도
외곬로
나아가겠습니다.

주님,
저는 나약하고 겁이 많으며
마음은 쉽게 꺾여 방황합니다.
그러니 내일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힘껏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때가 익으면
저절로 미래가 열린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살아보겠습니다.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때가 차면
트이는 것
그 어떤 걱정도
때를 앞당길 만한 힘은 없으니까요.

오늘 하루를 살고
다가올 내일을 기다리며
주님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분별하도록 힘쓰겠습니다.
매듭 간 데를 모르는 고민도
하루 몫을 정해놓고
앞길 없는 미래를 찾아
공연히 힘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보이지 않는 분에게 제 자신을 맡기고
현실 속에서 일하는 것
- 이 겸허한 행위야말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는 곧잘 실수를 저지르는가 하면,
용기를 잃곤 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은혜는
저를 비춰주시고
목표와 희망을 제게 안겨줍니다.
특히 평화를 주십니다.

주님의 사랑과
축복과
성령과
능력을 주십시오. 아멘.
(W. 브레오)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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