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생의 변명

땅끝 마을 외진 토담집 드나들듯
적막강산 구멍 술술 뚫는 가을바람,
꿈결처럼 휘돌다가 사라져간 네가
전신에 새겨둔 울긋불긋한 밑그림들,
사계절내 툭툭 불거지는 꽃망울들,
거칠게 휘몰아치는 숨가쁜 춤사위를
생의 밥술, 무상의 보상인줄 알았던가

사랑하던 동생이 내 곁을 떠나간 이후,
그 허무의 방죽 끝까지 다 걸을 수 없어
생의 빠른 번개빛 잡아달려야 했던가
그 공포의 소용돌이 끝까지 다 들을 수 없어
생의 거친 모래늪 빠져들어야 했던가
그렇게, 한 개 불안은 제 모든 것을 던져
생의 벼랑 아래 강물 속 뛰어들어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