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마을 외진 토담집 드나들듯
적막강산 구멍 술술 뚫는 가을바람,
꿈결처럼 휘돌다가 사라져간 네가
전신에 새겨둔 울긋불긋한 밑그림들,
사계절내 툭툭 불거지는 꽃망울들,
거칠게 휘몰아치는 숨가쁜 춤사위를
생의 밥술, 무상의 보상인줄 알았던가
사랑하던 동생이 내 곁을 떠나간 이후,
그 허무의 방죽 끝까지 다 걸을 수 없어
생의 빠른 번개빛 잡아달려야 했던가
그 공포의 소용돌이 끝까지 다 들을 수 없어
생의 거친 모래늪 빠져들어야 했던가
그렇게, 한 개 불안은 제 모든 것을 던져
생의 벼랑 아래 강물 속 뛰어들어야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