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7일 금요일

어떤 家系

한 차례 불길이 지나가서
어떤 家系에 가뭄이 들었다
물기 하나 없이
십년 마른 등짝에, 가슴팍에
살이 쩍쩍 갈라지고
흙먼지 같은 마음이 풀풀 날린다
묵솜의 수위가 점점 낮아져
生의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바람도 없는데
바짝 마른 팔이 뚝 부러지고
다리는 굳어버린 진흙에 묻혀 있어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문패 단단하게 박아놓은
집의 기둥과 서까래가 무너지고
지붕이 내려앉아
잡초 무성하게 자라난 후에
사막 한 가운데 서 있어서
우물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것은
핏줄의 잔해인 모래뿐이리라
부서진 家系의 뒷산에서
환청처럼 모래의 폭포가 쏟아지고
환각처럼 마당엔 모래의 꽃이 피고
모래의 열매가 열렸다
집 안팎으로
모래의 안개가 자욱해서
불현듯 환상처럼
등 굽은 쌍봉의 낙타를 볼 수 있겠다
십 년 모래의 비가 내려서
어떤 집안이 모래의 바다에 잠겼다